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6.30 21:19 수정 : 2009.06.30 21:19

김종구 논설위원

군 자원입대자 감소에 고민하던 미국 육군은 2001년 야심찬 텔레비전 모병 광고를 내놓았다. 사막을 질주하는 한 병사가 나와 “나는 1인 군대다. 나 같은 군인이 104만명이나 있지만 나는 나만의 군대다 …”라고 외친다. 젊은이들이 입대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군대를 개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임을 겨냥한 광고였다. 또다른 광고 두 편은 젊은 병사들이 각각 독자적인 지휘권을 가지고 혼자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담았다. 광고는 크게 성공해 신병지원율이 급증했지만 ‘거짓말 광고’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저명한 광고 칼럼니스트 밥 가필드는 “영리한 광고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정직하다. 1인 군대란 있을 수 없다. 이는 현재에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꼬집었다.

정부 업무 가운데 홍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어떤 정책을 만드는 데 들이는 힘이 50%라면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게 나머지 50%’라는 말이 관가에서는 정설로 굳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홍보라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으니 바로 ‘거짓 속임수’다. 박정희 정권 때 분식 장려 캠페인을 벌이면서 영양학자들까지 동원해 “쌀은 몸에 나쁘고 밀가루가 이롭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내세운 것은 지금도 전형적인 허위 홍보로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발맞추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홍보 강화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극장에는 ‘대한 늬우스’가 등장하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서민정책이 부족했던 게 아니고 그것을 추진하고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다”고까지 말했다.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근본 원인을 홍보 부족 탓으로 돌리는 데야 더 할 말이 없다. 다만 여권이 홍보를 강화하더라도 홍보의 제1원칙만은 유념했으면 한다. ‘포장보다 진실이 먼저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