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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1 21:13 수정 : 2009.07.01 21:13

정남기 논설위원

처음 화폐로 사용된 금속은 은이었다. 무게를 재서 물건과 교환했고, 이런 덩어리 형태의 화폐를 ‘불리온’이라 했다. 하지만 일일이 무게를 재는 방식으론 힘들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주화다. 규격과 무게를 통일했기 때문에 사용이 편했다.

최초의 주화는 기원전 7세기 소아시아의 리디아왕국이 만든 ‘일렉트럼 주화’다. 금과 은이 섞인 재료를 사용했다. 그러나 가치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화와 금화에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 역사상 최초의 법정 주화를 만든 사람은 리디아왕국의 마지막 왕 크로이소스였다. 그는 ‘스타테르’를 단위로 하는 금화와 은화를 만들어 통용시켰고, 12분의 1로 쪼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와 무게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스타테르라는 화폐 단위는 그리스에서 그대로 사용됐으며, 나중에 근대적인 금화 발행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후 금화와 은화는 그리스에서 특히 번성했다. 도시국가마다 독특한 도안과 문양을 새겼고 이는 국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국부를 신전에 모았다. 신전은 금 저장소이자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는 대출기관이기도 했다. 개인뿐 아니라 나라도 급전이 필요할 때는 신전에서 돈을 빌렸다.

금화와 은화가 널리 유통되면서 가짜 주화가 등장했고, 기원전 375년 아테네는 노예에게 주화를 검사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화폐 제도를 위태롭게 만든 당사자는 국가였다. 금속의 본래 가치보다 높은 액면가를 찍어서 국부를 쌓아 올린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당시 경쟁적으로 은화를 찍어냈다. 돈을 찍어낼수록 이익이었으니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5만원짜리 고액권이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 컬러복사한 위조 지폐가 등장했다. 하긴 국가도 뿌리치기 힘든 화폐의 유혹을 누가 쉽게 뿌리칠 수 있을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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