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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7 21:05 수정 : 2009.07.08 00:03

여현호 논설위원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는 그보다 140년쯤 뒤 루벤스의 <동방박사의 경배>와 다른 느낌이다. 루벤스 그림에서도 동방박사들은 화려하게 단장한 모습이지만, 시선을 모으는 것은 그림 한쪽의 흰옷 입은 성모 마리아와 빛을 한껏 받고 선 아기 예수다. 반면, 보티첼리 그림에선 그림 중앙 위쪽의 성모자가 두드러지진 않는다. 오히려 아기 예수의 발을 만지는 동방박사,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은 붉은 망토의 남자가 더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피렌체의 지배자인 메디치 가문의 수장 코시모와 그 아들 피에로 메디치다. 그림 왼쪽에는 칼을 찬 손자 로렌초 메디치도 있다. 피에로 메디치는 보티첼리의 패트런(파트롱), 곧 후원자였다.

르네상스 시대엔 이런 일이 흔했다. 교황·추기경·상인 등 패트런은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그림의 내용과 세부묘사까지 일일이 간섭했고, 자신이나 가족의 얼굴을 그림에 넣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 시대의 걸작 상당수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요즘 패트런과 비슷한 말로 스폰서가 있다. 패트런이 ‘분명한 반대급부의 조건은 없지만 반사적 이득을 기대하는 지원’이라면, 스폰서는 ‘이해타산과 조건이 한층 분명한 지원’일 것이다.

검찰에도 오랜 스폰서 문화가 있다. 체면치레도 하고 수사도 하려니 봉급과 수사비로는 부족하다는 핑계에서 은근슬쩍 만들어졌다. 적잖은 검사들이 지갑 사정을 챙겨주는 스폰서를 두고 지속적으로 신세를 졌다. 법인카드를 받아 용돈처럼 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일이 드러나 물러난 검사도 최근까지 여럿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기업인인 이웃에게서 거액을 빌려 집을 샀다. 아는 사람 소유 기업에서 리스한 차를 이어받아 쓰기도 했다. 스폰서가 용돈·수사비 지원을 넘어 개인 재산에까지 도움을 준 것은 아닐까 의심된다. 그게 ‘공짜 점심’일까? .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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