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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2 19:53 수정 : 2009.07.12 19:53

정석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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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술·담배에 ‘죄악세’ 부과를 검토한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자 감세’로 구멍 난 세수를 애꿎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메우려 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게 무슨 죄짓는 일이냐는 항변도 들린다. 급기야는 여당에서도 죄악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아직 공론화 단계일 뿐”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경제적으로만 따진다면 정부 논리가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경제학에 ‘외부불경제’란 용어가 있다. 개인의 어떤 행위가 외부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편안함을 즐기지만 다른 사람들은 매연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 등이다. 술·담배도 마찬가지다. 음주와 흡연에 따른 연간 사회적 비용이 24조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막대한 비용은 술·담배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일정 부분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외부불경제 품목인 술·담배의 소비를 강제로라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세금을 올릴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조세정책에서 이런 경제논리보다 더 중요한 건 공평 과세의 원칙이다. 세금 낼 경제적 능력에 맞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조세 저항이 일어나고 심해지면 납세 거부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정부는 세금 부담 능력이 큰 집부자나 대기업들의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있다. 그러면서 서민들이 즐기는 술이나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는 건 노골적으로 불공평 과세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든 이유다. 죄악세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도 문제다. 기독교의 원죄론을 연상케 하는 ‘죄악세’는 이명박 ‘장로’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국민의 정서적 반감을 더 키우고 있다.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정석구 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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