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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9 18:36 수정 : 2009.07.19 18:36

여현호 논설위원

미국은 1971년 7월24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백악관 안에 특별조사팀을 발족했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전직 요원들이 주축을 이룬 조사팀은 정부 안팎의 정보 누설을 조사하고 방지한다는 구실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불법 도청이나 침입 따위 지저분한 일을 전문적으로 맡았던 ‘공작조’였다. 이 조사팀의 별명이 ‘배관공들’(the plumbers 또는 plumbers unit)이었다. 애초 조사팀 발족을 제안한 참모가 자신의 사무실에 그런 명패를 붙인 데 착안했다지만, 그 뒤의 활동에 딱 들어맞는 것이기도 했다.

조사팀의 첫번째 활동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국방부 문서)를 <뉴욕 타임스>에 전했다는 전직 국방부 분석관 대니얼 엘스버그 사찰이었다. ‘배관공들’은 엘스버그가 다니던 정신과 진찰실에 몰래 들어가 진료 기록을 뒤졌고, 쿠바인 망명자들이 엘스버그를 공격하는 데 관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 뒤에도 정보 누설을 조사한다는 핑계로 민주당원들이나 흑인 의원들, 저명한 반전운동 활동가들을 몰래 조사하고 감시했다. 대표적인 ‘배관공’ 중 한 명인 하워드 헌트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채퍼퀘딕 사고를 따로 조사하는 등 정치 사건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중앙정보국이 조직적으로 이들의 활동을 지원한 흔적도 있다. 1972년 6월17일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배관공으로 위장한 남자 5명이 침입해 도청을 시도하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도, 헌트를 비롯한 이들 ‘배관공들’이 한 일이었다.

검찰이 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해외 골프여행 관련 정보를 누가 흘렸는지 수사중이라고 한다. 백악관 배관공들의 활동도 그렇게 정보 누설을 조사하겠다며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 결정이 수뇌부들이 다 사라진 검찰의 독자적인 결정이긴 한 건가?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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