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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0 18:25 수정 : 2009.07.21 00:15

오태규 논설위원

한국에 87년 체제가 있다면, 일본엔 55년 체제가 있다. 한국의 87년 체제는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성립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절차 민주주의 중심의 정치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55년 체제는 1955년 이후 보수성향의 만년 여당인 자유민주당과 진보성향의 만년 야당인 일본사회당이라는 양당 구조가 형성된 정치체제를 말한다. 55년 체제는 51년 체결된 미-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던 좌·우파가 55년에 ‘헤쳐 모여’를 하면서 출범했다.

이 체제의 1.5 축을 형성한 자유민주당은 평화헌법 개정, 보수, 미-일 안보 수호를 내세우며 일당 지배를 지속했고, 0.5 축을 담당한 일본사회당은 호헌·혁신·안보철폐를 주장하며 자민당을 견제했다. 55년 당시의 국제 정세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가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었으므로, 55년 출범한 이 체제도 냉전질서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당이 미-일 안보조약, 베트남전쟁, 한-일 국교정상화 등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심한 대립을 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철벽처럼 보였던 이 체제에도, 냉전이 풀리고 자민당 일당 지배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신당 총재를 총리로 하는 10개월짜리 비자민 연립정권의 수립은 그 첫 파열음이었다.

아소 다로 자민당 총리가 오늘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일본 정국이 총선 체제로 진입한다. 현재의 지지율 추세라면 자민당의 몰락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정권 획득이 거의 확실시된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도쿄도의회 선거 압승까지 지방선거에서 6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자민당의 54년 장기집권을 떠받쳐온 55년 체제를 끝장내고 등장할 09년 체제의 모습이 궁금하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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