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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2 20:48 수정 : 2009.07.22 20:48

정석구 논설위원

17세기 말 영국에서는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선동죄를 엄하게 다스렸다. 선동죄를 저지르면 거세를 하거나 창자를 빼내 죽였다. 심지어 사지를 찢어 죽이거나 참수형에 처하기도 했다. 특히 진실을 폭로하며 선동하는 행위를 거짓을 폭로하는 것보다 중벌로 다스렸다. 진실을 폭로할 경우 선동의 효과가 훨씬 커 권력에 더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가 가장 많이 보장된다는 미국에서도 이런 선동죄는 20세기 후반까지 존속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4년에야 선동죄법을 폐지했고, 69년에 이르러서야 ‘즉각적인 불법 행동을 선동하는 것만을 제외하고 완전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선동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자치구에서 발생한 유혈 시위사태에 가담한 이들을 국가 분열 및 선동죄 등으로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 지도자로 활약했던 왕단은 반혁명 선동죄로 7년이나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선동죄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보수단체들은 지난해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수첩’을 내란선동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발언 등이 반정부투쟁을 반복적으로 선동한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을 내란선동죄 등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선동죄가 존재하는 사회는 설사 어떤 다른 특징이 있다 해도 자유롭지 못한 사회”라고 말했다. 굳이 그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선동죄 운운하며 반대파를 억압하는 나라는 부당한 권력 유지를 위해 인간의 본능인 자유를 억압하는 야만의 사회다. 곳곳에서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이 정부가 머지않아 선동죄라는 구시대의 녹슨 칼날을 다시 꺼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석구 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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