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23 18:18
수정 : 2009.07.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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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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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간 미국은 아폴로11호 달 착륙 40돌을 맞아 떠들썩했다. 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 에드윈 올드린 등 당시 아폴로11호 탑승 우주인 세 사람은 각종 기념행사에 참석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환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7살의 꼬마였는데, 외할아버지 어깨에 올라타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고 술회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몇년 전 삼성이 내걸었던 광고 문구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암스트롱은 기억하지만 두번째인 올드린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이번 달 착륙 40돌 행사를 지켜보면, 주연인 암스트롱보다 오히려 조연인 올드린이 더 주목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게 탐험이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는 것을 의미한다”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자”는 등 그의 발언에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
올드린은 비록 암스트롱보다 15분 뒤에 달에 발을 디뎌 2인자의 자리로 물러섰지만, 결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올해 79살인 그는 로켓 설계회사인 스타크래프트 부스터스, 비영리단체 셰어스페이스 재단 등을 설립해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자서전 <지구로의 귀환>을 비롯해 책을 6권이나 썼고, 요즘도 세계 각국을 돌며 우주개발에 대한 비전을 설파한다. 본인 스스로 “달에 착륙했을 때만큼이나 똑같이 의욕에 넘친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88년에 이름을 ‘버즈’로 바꾸었는데, 월트디즈니의 3차원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의 우주비행사 ‘버즈’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때 알코올중독에도 빠졌으나 다시 삶을 반전시킨 올드린, 그의 인생역정은 ‘일등 신화’의 논리에만 매몰된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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