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 ‘토털 리콜’은 멋진 기억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는 메모리 이식 회사의 이름이다. 슈워제네거는 휴가 여행을 직접 가는 대신 이 회사에 가서 화성 여행을 선택해 기억으로 이식한다. 마음이 끌리는 갈색머리의 여성과 동행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짜 가지고 말이다. 간단한 이식 시술로 앉은 자리에서 낭만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우주 휴가 여행의 경험과 기억을 갖게 되는 것이다.
10여년 전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 것은 아무래도 황우석 교수의 새로운 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 때문인 듯싶다. 인공 배양한 장기를 자유자재로 이식하는 ‘근사한 신세계’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하는 상상력이 고작 전에 본 공상과학 영화의 기억을 끄집어 낸 셈이다.
그런데 황 교수의 실험 성공에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과 정부까지 ‘방방 뜬’ 것은 난치병 치료 가능성에 대한 인도적 희망 때문이었을까? 그보다는 학술 분야에서 첫번째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기대, 그리고 생명공학 산업이라는 금맥을 다른 나라에 앞서 선점할 수 있으리라는 경제적 경쟁심리가 본심이 아닐까 한다. 이 사회를 휘몰아대는 경쟁 지상주의가 과연 우리를 어디로 끌고갈지 무섭다.
지영선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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