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26 21:12
수정 : 2009.07.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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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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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미국 <뉴욕 타임스>에 ‘위성 아기’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북미권으로 이민 온 중국인들이 아이를 낳은 뒤 중국에 사는 부모나 친척에게 보내 키우다가 학령기에 이르면 데려오는 현상을 다룬 기사에서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위성 아기’에 앞서 ‘위성 어린이’란 말이 먼저 쓰인 듯하다. 캐나다로 이민 온 홍콩과 대만인들의 가족관계를 연구한 토론토대학 사회학과의 연구물에서 ‘위성 어린이, 우주인 부모’라는 개념이 먼저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는 캐나다의 고용·노동 정책 때문에 자신의 고국에서 벌던 것만큼 돈을 벌 수 없음을 알게 된 홍콩과 대만 이민자들의 상당수가 아이들을 캐나다에 남겨둔 채 고국으로 돌아가 그곳을 주 생활무대로 삼는 사실에 착목했다. 연구에선 이렇게 고국으로 돌아간 부모 또는 아버지를 ‘우주인’으로, 그리고 캐나다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성’으로 명명했다. 위성을 찾는 우주인처럼 부모들이 가끔씩밖에 아이들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기러기 아빠’ ‘기러기 가족’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위성 어린이 개념에서 파생한 위성 아기의 경우는 반대다. 부모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 남아 있고 대신 양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아이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생활 문제로 부모와 아이들이 천리 만리 떨어져 산다는 점은 다를 바 없다. 연구자들은 추적조사를 통해 위성 어린이든 위성 아기든 부모와의 이별로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성 아기를 연구한 심리학자인 이본 보어 교수는 이후 삶에서 그 상처를 메우는 것은 극히 힘들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린이들을 떼어놓지 말라고 권고한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며 기러기 가족이 되기를 마다 않는 우리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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