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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04 18:17 수정 : 2009.08.04 18:17

오태규 논설위원

“메일, 블로그 등 인터넷 서비스의 주 사용 무대를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 서버로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2009년 6월18일, 검찰의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후 더욱 불거진 용어이다.” 위키피디아 한국판에 나오는 사이버 망명에 대한 설명이다.

최근 들어 나이와 직종을 가리지 않고 이메일 계정을 구글 등 외국 서버로 옮기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심지어 공무원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망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국내 서버로는 사생활 보호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메일 망명의 제1파를 불러온 것은 지난 4월 검찰의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였다. 검찰은 수사 대상자 100여명의 이메일 7년치를 몽땅 압수수색해 개인의 사생활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제2파는 6월의 피디수첩 수사가 몰고 왔다. 검찰은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의 조역에 불과한 한 작가의 사적인 이메일을 공개해 누리꾼을 경악시켰다. 여기에 정부에 비판적인 글의 게재를 겨냥한 인터넷 실명제 실시 등의 규제 위주 인터넷 정책이 사이버 망명의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망명은 매우 까다롭다. 다른 나라에 입국해 정치적 박해 등의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그 나라가 이런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이버 망명은 너무 쉽다. 외국 서버의 안내 절차에 따라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만들면 바로 망명할 수 있다. 문제는 사이버 망명이 성행할수록 ‘인터넷 강국’이란 한국의 이미지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인터넷 산업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금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오태규 논설위원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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