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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09 18:16 수정 : 2009.08.09 18:16

함석진 기자

얼마 전 ‘외계 생명체’, ‘하수도 괴물’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하나가 유튜브를 달궜다. 하수도 벽에 가만히 달라붙어 있다가 빛을 받으면 꿈틀꿈틀 움직이는 커다란 생명체였다.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작심한 듯 표면은 영화 <에이리언>에서 본 끈적끈적한 점액질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겐 익숙한 영상이었다. 실지렁이도 덩어리를 만들어 살지만, 점균류라는 것도 있다. 보통은 아메바처럼 단세포 상태로 지내다가, 환경이 나빠지면 서로 엉겨붙어 민달팽이 같은 끈적끈적한 운동체가 된다. 다시 환경이 좋아지면 세포들은 질서정연하게 재배치되면서 식물의 모습을 갖춘다. 몸에 돌기를 내고 포자주머니를 만들어 수백만개의 포자를 날리며 번식을 한다.

우리가 뭔가를 안다는 것들은 얼마나 무력한가? 아주 보잘것없는 미생물 세계를 들여다봐도 좋다. 피롤로부스 푸마리는 펄펄 끓는 해저 분출구 벽에 붙어산다. 그 주변의 온도가 섭씨 110~130도다. 미크로코쿠스 라디오필루스는 원자로 폐기물 탱크 속에서 플루토늄을 먹고 산다. 금속을 녹이는 진한 황산 속에서도 이들은 산다.

그들은 우리가 없던 수십억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았다. 지구 나이 45억년을 24시간으로 본다면, 새벽 4시께 미생물이 탄생했다. 삼엽충은 밤 9시4분, 식물은 밤 10시 직전에 태어났다. 공룡은 밤 11시에 나타나 45분을 살았다. 인간은 자정을 1분17초 남겨둔 시각에 태어났다. 그 작은 시간의 편린 속에서 우린 신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도 보고, 아이도 낳고, 펀드도 든다. 자리를 위해, 돈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잡고 때리고 맞는다. 알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 세상 이치 다 그러하지만 정말 어떤가 이런 세상?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며 일체처 일체경에 하나도 걸림 없이…어릴 적 그때마다 기탄없이 발가벗고 어화둥둥 춤을 추며 태평가를 부르는.”(대선 스님)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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