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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18 18:50 수정 : 2009.08.18 18:50

여현호 논설위원

아프리카·근동 지역의 고대 종교에는 ‘세 여신’이 자주 등장한다. 누이 또는 처녀, 배우자 또는 임신부, 어머니 또는 노파의 모습을 한 이들 세 여신은 각각 흰색, 빨간색, 암청색으로 순결, 다산, 지혜를 상징했다. 중세 유럽에서도 붉은색은 열정이나 성을 뜻했다. 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이 ‘거리의 여인’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1649년 종교재판의 검열관이 성모 마리아를 그릴 때는 푸른색과 흰색 옷을 입은 모습으로만 그려야 한다고 명령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붉은색은 열정·활력·에너지·건강·생명·성적 자극 따위를 상징한다. 불과 태양에서 그런 이미지가 나왔을 것이다. 미술치료에선 활동에 대한 동기 유발이나 용기를 주는 데 붉은색을 쓴다.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을 새로 시작하도록 하고, 불안을 떨치고 안정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붉은색이 물질적·능동적인 데 견줘, 흰색은 다분히 종교적이다. 빛·밝음·깨달음·부활·희생·금욕 따위를 떠올리게 한다. 타이(태국)의 삼색 국기에서도 흰색은 불교를 뜻한다. 심리학적으론 개방·자유로움·내적 정화·무관심을 상징한다. 미술치료에선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불안감이 있을 때, 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 할 때 흰색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미국 프로골프 피지에이(PGA) 챔피언십에서 온통 흰색으로 차려입은 양용은이, 경기 마지막날 붉은 셔츠만 입으면 지는 일이 없다는 타이거 우즈를 이겼다. 열정과 에너지에 넘치는 우즈의 기운을, ‘붉은 셔츠의 신화’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평정심으로 극복한 셈이다. 민감하고 정교한 동작이 필요한 골프에선 이런 심리적 안정이 특히 중요하다. 양용은의 흰 옷도 경기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나 불안, 곧 ‘경쟁 불안’(competitive anxiety)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됐을 법하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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