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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6 18:10 수정 : 2009.08.26 18:10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카를 마르크스는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사회의 부가 쇠퇴하면 노동자가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노동자의 빈곤은 누진적으로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설사 부가 증가하더라도 노동자들의 경쟁이 심해서 노동가격(임금)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유럽 자본주의의 본질을 예리하게 파헤친 이 책이 쓰인 시기는 1844년이다.

16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노동부는 엊그제 전국 5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의 올해 2분기 평균임금과 노동시간을 발표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1분기 38.3시간에서 2분기 39.7시간으로 1.4시간이 늘었다. 그럼에도 월평균 실질임금은 234만1000원에서 223만9000원으로 10만2000원 감소했다. 일은 더 많이 했는데, 임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경기침체로 말미암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의 올 2분기 실적을 보면, 569개 상장사의 순이익 규모가 14조8391억원으로 1분기에 비해 무려 746.26%가 급증했다. 경기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기업 이익은 급증했지만 노동자의 삶은 더 고단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노동자의 생활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기도 쉽지 않다. 한 달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 가구가 1997년에는 도시근로자 가구의 7%대였으나 올 1분기에는 11%대로 늘었다. 이런 추세가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성숙하더라도 노동자의 빈곤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빈곤의 고정화’라고 불렀다.

‘워킹 푸어’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최근 마르크스의 <자본론> 다시 읽기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그 바람이 우리에게 불어닥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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