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9.01 18:03 수정 : 2009.09.01 21:34

함석진 기자





일본 사람들은 빈둥빈둥 노는 꼴을 보지 못한다. 한적한 소도시 길가에 있는 과일가게도 자정 무렵까지 문을 연다. 밑지는 장사지만, 제 품은 비용으로 치지 않는다. 근면, 검약은 일본스러움의 한 축이다.

1603년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260여년을 이어간 에도 바쿠후(막부) 시대를 연다. 이 시기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에도와 오사카 벼락부자들은 날마다 놀고먹었다. 가부키나 분라쿠(인형극)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재정이 고갈되면 금화에 동을 섞어 금고를 채웠다. 호황의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제가 무너지자 집집이 ‘근면-검약’ 표어가 나붙었다. 더 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생산은 늘지만, 돈이 돌지 않는 ‘부지런함과 아낌의 딜레마’에 빠졌다. 사치를 조장할 수도, 일하지 말라고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일하지만 생산과 연결되지 않는 무익한 노동의 방법은 없을까?’ 이런저런 문구를 외우며 후지산을 오르게 하는 후지신앙을 퍼뜨리는 대책까지 나왔다.

이런 환경에서 일본 특유의 ‘잇쇼켄메이’(한 곳에 목숨을 걸고 열심히 일한다) 정신이 등장했다.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세부까지 손을 대는 미덕이 등장하고, 그것을 능란하게 해내는 장인이 대접받는 풍토가 만들어졌다. 현미경적 집착과 과잉 노동은 제품 질을 올려 막대한 무역흑자를 이끌기도 했지만 절차주의, 관료주의라는 고비용 사회구조를 낳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은 절차를 치밀하게 밟는 것 자체에 미의식을 느낀다. 관료들은 규격, 기술, 절차 모든 분야에 관여해 하나하나 지시하고 감독한다. 업계는 관에 밀착해 충성하고 규제 울타리에서 이익을 보장받는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일성이 관료주의 타파다. 그러나 일본스러움의 기질과 맞닿아 있는 그 깊은 뿌리는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