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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9 18:34 수정 : 2009.09.09 18:34

오태규 논설위원

독일의 통계학자 크리스티안 로렌츠 에른스트 엥겔(1821~1896)은 작센 주의 통계국장으로 있던 1857년, 벨기에 노동자 가구 153세대의 가계 지출을 조사·분석해 <벨기에 노동자 가족의 생활비>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엥겔은 이 논문에서 가계의 지출을 음식비, 피복비, 주거비, 광열비, 문화비(교육비, 공과금, 보건비, 기타 잡비)의 5개 항목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소득의 증가에 따라 음식비 지출 비중이 점차 감소하지만 피복비 지출은 소득의 증감에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주거비와 광열비에 대한 지출 비중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거의 일정하고, 문화비 지출 비중은 소득 증가에 따라 급속하게 증가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 네 가지 사실을 모두 아울러 엥겔의 법칙이라고 한다. 특히, 이 가운데서 생계비 중 음식비 지출 비중만을 따로 떼어내어 ‘엥겔계수’라고 한다. 엥겔계수는 총 생계비에서 차지하는 음식물비의 비중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생활 수준이 높을수록 낮아지고 생활 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도 시민의 생활 수준의 변화를 판단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으며, 경제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발표한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서민 경제생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엥겔계수가 12.5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상승 폭도 전년도에 비해 무려 0.8이나 됐다. 2000년대 이후 엥겔계수는 2000년 13.8에서 01년 12.7로 뚝 떨어진 뒤 12대를 맴돌다가, 06년 이후엔 11대를 유지해왔다. 더구나 소득이 줄어도 교육비는 줄이지 않는 우리나라 가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서민 가계의 고통이 지수가 가리키는 것보다 훨씬 심각함을 짐작할 수 있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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