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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17 18:26 수정 : 2009.09.17 18:26

권태선 논설위원

부자들을 털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의 상징인 로빈 후드. 그렇다면 ‘역 로빈후드식 개발’이란? 특정 도시개발 방식이 가난한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들 배를 채워주는 꼴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용어는 일부 도시개발 정책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그 결과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거주민에게 가지 않고 개발업체나 투기꾼 등에게 넘어가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된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가 지엠 자동차 공장 건설을 위해 폴타운이란 마을을 수용한 것이다. 시 당국은 공장이 들어서면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4200여 주민들의 거주지를 지엠에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에겐 이 결정이 이주비 몇 푼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내주는 일일 뿐이었다. 개발이익도 그들과는 상관없었다. 주민들이 시의 결정에 반대해 벌인 법정싸움은 역 로빈후드식 개발의 부당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개발 방식에 대한 고민을 일깨운 과정이었다.

그런데 우리 재개발 방식은 아직도 전형적인 역 로빈후드 방식이다. 서울 왕십리 뉴타운 세입자대책위원회 이은정 위원장이 “현재의 재개발은 돈 있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집을 탈취하는 약탈일 뿐”이라고 절규할 정도다. 지난 15일 한 여성모임이 연 ‘전세대란’의 원인과 대책 마련을 위한 집담회에 나온 그는 주민의 75%에 이르던 세입자들은 이 지역에서 살 수 없다고 증언한다. 3000만~4000만원 하던 전셋집이 1억원까지 치솟았고 그마저 아파트 건설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홀몸노인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이사할 곳도 없지만, 이전에 보살펴주던 이웃이나 성당·교회 등과의 관계가 끊어지니 이사는 생존과 직결된다. 그러니 용산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단다. 우리에겐 여전히 남의 일인가.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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