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24 17:57
수정 : 2009.09.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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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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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을 하러 나섰더니 가로수에 여의도 한강공원을 가리키는 작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운 한강을 보여주겠다며 1년 동안 불편을 참아달라고 했던 일이 끝난 모양이었다. 내 품에 돌아온 아침 산책 코스를 확인하러 둔치길로 나섰다. 그러나 종래 다니던 길을 한 바퀴 돌고 난 기분은 불쾌감 그 자체였다.
여의도중학교 뒤편에서 둔치로 나가는 통로 천장에는 유난히 번쩍거리는 등이 설치돼 있었다. 바닥은 나무를 깔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철판이 나무바닥에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연도 날리고 삼삼오오 앉아서 정담도 나누던 넓은 잔디밭의 상당 부분은 한해살이 꽃들로 장식된 꽃밭으로 바뀌었다. 자전거도로를 넓히기 위해선지 모르겠으나, 시멘트길이 잔디밭 사이에 남아 있던 흙길을 대체해버렸다. 그나마도 벌써부터 여기저기 금간 곳투성이였다.
‘24일 개장’이란 안내판이 무색하게도 아직 마무리가 안 된 부분도 널려 있었다. 공사가 끝난 부분에도 날림의 징후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새로 심은 작은 떨기나무(관목)의 상당수는 벌써부터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여의나루역 인근의 멀쩡한 보도블록을 들어내고 새로 설치한 보도블록은 울퉁불퉁해 자칫하단 넘어질까 걱정됐다.
모두 1900억원가량이 들었다는 대규모 사업이 날림공사로 치닫게 된 데는 서울시의 무리한 공기단축 요구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비가 오는데도 콘크리트를 치라고 하고, 열흘 걸릴 공사도 하루이틀 만에 끝내라고 닦달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결과 12월 말로 예정되었던 여의지구의 준공일은 석 달 이상이나 앞당겨졌다. 오세훈 시장의 재선을 위한 길닦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소탐대실로 귀결될 수도 있다. 눈앞의 사익 때문에 세금 낭비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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