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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27 18:27 수정 : 2009.09.27 18:27

신기섭 논설위원

얼마 전 끝난 새 내각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확인됐듯이, 표절 문제가 이젠 공직자 검증 과정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흑인인권운동가로 유명한 마틴 루서 킹 목사도 표절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언론인 김종철이 최근 펴낸 책 <오바마의 미국, MB의 대한민국>에는 한국에는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킹 목사의 표절 이야기가 나온다. 킹 목사가 숨진 지 21년 뒤인 1989년 영국 일간지를 통해 그의 논문 표절 문제가 처음 불거졌다. 그의 글들을 정리하던 학자들은, 보스턴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폴 틸리히와 넬슨 위먼의 신 개념 비교’가 그보다 3년 전에 다른 학생이 쓴 논문 상당수를 베낀 것임을 밝혀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많은 미국 신문 사설들이 킹 목사를 옹호했고, 보스턴대학도 학위를 취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표절을 밝힌 당사자의 한 명인 랠프 루커 교수가 ‘역사뉴스네트워크’라는 사이트에 몇 해 전 쓴 ‘킹 목사의 표절에 대하여’라는 글을 보면 표절의 정황이 자세히 나온다. 루커 교수는 “그의 표절은 날로 심해져 갔다”며 “그는 지도교수들이 맞다고 믿는 바를 충실히 반영하려 애썼다”고 평했다. 박사논문은 보스턴대학을 지배하던 ‘보스턴 인격주의’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지적은, ‘지식 도둑질’인 표절에는 기존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루커 교수는, 킹 목사가 1963년에 한 유명한 연설(‘나에겐 꿈이 있다’)도 11년 전 공화당 의원 아치볼드 케리의 연설과 흡사하다는 걸 지적하면서, 미국인이 이미 믿는 것을 주장했기 때문에 호소력이 그렇게 컸다고 말한다. 킹 목사의 표절이 정치에 던지는 함의가 있다면, 사람들이 믿는 바를 ‘새로움’으로 치장해 제시할 때 호소력이 가장 크다는 묘한 사실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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