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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30 18:31 수정 : 2009.09.30 18:31

여현호 논설위원

“과천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 송도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에 대해 세심하고 넓은 고려를 해야 한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 첫날 세종시 문제를 두고 한 말이다. ‘행정도시이지만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한 과천’ 대신, ‘다양한 비즈니스 시설 등 완벽한 자족기능을 갖춘 송도 신도시’를 세종시 개발의 모델로 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열쇳말은 ‘자족기능’이다.

자족기능이 산업시설의 유무로만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자족도시’가 에너지 재생이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생태형 도시를 뜻하기도 한다. 도시의 자족성에 대한 평가는 생활·생산·환경의 세 측면에서 논의된다. 교육·의료·쇼핑 등 일상생활이 도시 안에서 어느 정도 충족되는가, 도시 안에 충분한 취업기회가 있는가, 쾌적한 삶을 보장하는 환경과 공공시설이 제공되는가 등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과천의 자족성은 결코 낮지 않다. 예컨대 영국에선 인구 대비 고용자 비율이 30~40%, 프랑스에선 50% 이상이면 자족도시로 보는데, 과천의 사업체 종사자 수는 2007년 기준으로 인구의 47.5%다. 통행량을 기준으로 도시의 자족기능을 분석한 연구(안국현, 수도권 도시의 자족도에 관한 연구, 2005)를 보면, 도시 안 통행량을 유출입 통행량으로 나눈 독립성 지수도 1.16에 이른다. 내부 통행량이 많다는 것은 도시 안에 그만큼 자족시설이 많고, 취업자 수도 많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에 견줘 제조업이 빈약하다고 불균형을 탓할 수도 있지만, 공장이 없는 탓에 맑은 공기와 쾌적한 생활환경이 가능하기도 했다. 모텔·유흥음식점 등 이른바 유해시설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우수한 교육환경의 상징이다. 주택가 바로 옆의 공원 등 풍부한 녹지와 다양한 편의시설도 자족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세종시를 만들려면 과천만큼 하면 된다. 엉뚱한 핑곗거리로 삼으려고 괜한 흠집을 찾으려 하진 말아야 한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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