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01 16:22
수정 : 2009.10.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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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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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에서 한 나라의 흑자는 반드시 그만큼 다른 나라의 적자로 이어진다. 어떤 거래든 파는 쪽의 흑자와 사는 쪽의 적자를 합치면 0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흑자를 보는 나라는 계속 흑자를 보고 적자를 보는 나라는 계속 적자를 보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불균형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런 현상을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이는 미국의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동남아 국가의 흑자로 나타난다.
글로벌 불균형은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을 따라잡으려고 선진국에 대규모 수출을 하고, 수출 대금으로 거액의 달러를 벌어들인다.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 수출국들의 화폐가치가 상승해 수출경쟁력이 떨어져야 하지만, 이들 국가는 수출 전략을 계속 펴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 오르는 것을 막는다. 미국이 큰 경상수지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그다지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이다. 더구나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서릿발 같은 구조조정에 쓴맛을 본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후 외환보유액 확대 전략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 이렇게 쌓아놓은 동아시아의 달러 뭉치는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를 사는 데로 몰려갔고, 이 덕분에 미국은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흥청망청 돈을 찍어냈다.
결국 이 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을 키웠고,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한 원인이 됐다. 지난주 끝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의 수출 위주 성장 전략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음을 뜻한다. 정부는 내년 G20 정상회의 유치에 들떠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을 고민할 때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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