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07 21:57
수정 : 2009.10.0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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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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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때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두려워했던 상대는 소련(러시아)이었다. 소련의 세력 확대에 맞서 중부와 동부 유럽을 통치하는 대제국 건설을 꿈꿨다. 그의 저서 <나의 투쟁>에선 소련을 장차 독일이 정착할 땅으로 묘사했다.
히틀러의 생각대로 2차 세계대전의 향배는 동부전선에서 결정됐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동부전선에 주력군을 배치하면서 소련군의 진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그는 소련군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보였다. 심지어 자기 시신이 스탈린 수중에 넘어가는 것까지 걱정했다. 히틀러의 최후 순간을 기록한 <히틀러북>을 보면 “내 시신을 모스크바로 가져가 유리관에 넣어 전시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말한 대목이 있다.
히틀러는 소련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살을 준비했다. 1945년 4월20일 56번째 생일파티를 했고, 4월28일에는 애인 에바 브라운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날 “나는 결코 전쟁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전 생애를 독일 국민을 위해 바쳤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틀 뒤 서재에서 에바 브라운과 청산가리를 마신 뒤 권총으로 자살했다. 유언대로 시신은 담요에 싸여 불태워졌다. 소련군이 치아검사를 통해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소문과 의혹은 그치지 않았다. 당시 측근들의 증언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살아서 베를린을 탈출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최근 그의 죽음이 다시 논란이 됐다.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 과학자들이 유골을 확인한 결과 20~40대 여자의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대로 히틀러의 시신은 영원히 확인되지 않는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는 것일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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