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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5 18:21 수정 : 2009.10.15 18:21

김종구 논설위원

영국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은 MI5와 MI6이다. MI5는 국내 방첩 조직으로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에 해당하며, 해외 쪽을 맡은 MI6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비슷한 조직이다. 애초 육군 군사정보국(MID) 안의 제5과와 6과로 출발한 이 조직은 에스에스(SS·Security Service)와 에스아이에스(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로 정식 명칭이 각각 바뀌었지만, 아직도 예전 이름이 그대로 통용된다.

MI5가 올해로 설립 100돌을 맞아 색다른 작업을 하나 했다.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는 모든 자료와 문서를 외부 학자에게 열람시켜 역사책을 쓰도록 한 것이다. 이 작업을 한 학자는 케임브리지대학의 크리스토퍼 앤드루 교수로, 최근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왕국의 수호>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을 놓고 영국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MI5가 그동안 저지른 과오와 판단 착오 등을 포함해 100년 역사를 학술적으로 잘 짚어냈다는 호의적 평가가 있는 반면, 일부 민감한 대목에서 MI5의 공식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1970년대 초 MI5가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 총리를 몰아내기 위해 그를 소련의 스파이와 가까운 인물인 것처럼 공작했다는 이른바 ‘윌슨 플롯’을 부인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MI5가 자신들의 비밀자료를 과감히 외부 인사에게 개방한 용기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요즘 우리의 정보기관을 두고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국정원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사찰 의혹으로 박원순 변호사와 소송까지 벌이고 있고, 국군기무사도 민간인 사찰 의혹을 변명하기 바쁘다. 과연 우리 정보기관들도 훗날 외부 학자에게 모든 비밀자료를 넘겨 역사책을 쓰게 할 자신이 있는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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