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02 17:57
수정 : 2009.11.02 17:57
|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
원산지가 중국으로 알려진 국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 이전이라고 한다. 당시 국화는 지금처럼 탐스럽고 화사한 꽃이 아니었다. 고려시대 상감청자 등에 새겨진 국화 모양을 보면 문양이 아주 단조롭고 소박한 들국화였다. 건축물의 장식이나 벼루 등 문방용구에도 이런 들국화 문양이 많이 사용됐다.
일반적으로 들국화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로는 들국화란 이름을 가진 꽃은 없다. 요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노란색의 국화는 주로 산국(山菊)과 감국(甘菊)이다. 산국과 감국은 꽃이 피는 모양이 비슷한데, 산국(지름 1.5㎝)이 감국(2.5㎝)보다 작고 한줄기에 여러 송이가 무더기로 핀다. 주로 흰색으로 감국보다 더 큰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우리 산에 자생한다. 미역취와 벌개미취 등도 모양이 국화와 비슷해 들국화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야생에서 자생하는 감국과 구절초를 교배시켜 나온 게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관상용 국화다. 세계적으로 1200여종이 있을 정도로 국화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가을꽃인 국화는 늦가을 서리에도 굴하지 않는다고 하여 오상고절(傲霜孤節)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명나라 때 와서는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에 포함됐다고 한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국화를 곁에 두고 그 고고한 자태와 그윽한 냉향(冷香)을 즐겼다. 다산 정약용은 한밤중 촛불에 어른거리는 국화의 그림자에 취할 정도로 국화를 가까이 두고 즐겼다고 전해온다.
국화 감상은 기온이 뚝 떨어져 늦가을로 접어드는 요즘이 제철이다. 전남 함평에서 이달 22일까지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는 등 전국 곳곳에서 국화전시회가 한창이다. 전시회장의 화려한 국화도 좋지만 국화의 제맛을 즐기려면 가을걷이가 끝난 뒤의 쓸쓸한 산야에 피어 있는 들국화가 제격이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