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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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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식량혁명은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이 계기였다. 당시 북부에선 전장에 간 남자들을 대신할 일손이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사이러스 매코믹이 개발한 기계 수확기다. 수확기는 전쟁을 거치면서 북부 전역으로 확산됐다. “남부에 노예가 있다면 북부에는 수확기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미국은 전쟁 뒤 세계 최대의 곡물 생산국이 됐다.
두 번째 혁명은 유럽에서 이뤄졌다. 미국이 기계로 들판을 정복할 때 독일인 화학자 리비히는 화학과 토양학으로 농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질소·인산·칼륨·석회가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네 가지 무기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바로 화학비료의 탄생이다.
세 번째 혁명의 주역은 소련(현재 러시아)의 트로핌 리센코다. 그는 ‘북방 밀’이란 새 품종을 개발해 광활한 동토를 거대한 밀밭으로 바꿔놓았다. 캐나다, 스웨덴 등의 땅도 경작지로 바뀌었다. 이로써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절대 기근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빈부 격차에 의한 상대적 빈곤이었다.
21세기 들어 또다른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세계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혁명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브라질·러시아·이란 등 신흥국가들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이 급격히 하락해 2020년이면 세계 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70여개국의 합계출산율이 인구 유지를 위한 2.1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니 저출산은 이제 전세계인의 고민거리가 된 듯하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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