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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05 18:43 수정 : 2009.11.05 18:43

권태선 논설위원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2년반 만에 다시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단다. 통계청은 그제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1년 전보다 1.1%포인트 늘어난 34.9%라고 발표했다.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가 질 좋은 일자리 대신 임시변통으로 희망근로니 청년 인턴이니 하며 단기 임시직을 양산해온 결과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성 비정규직의 대폭 증가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30만9000명 늘었는데 여성 비정규직은 32만7천명이 늘었다. 여성의 정규직 취업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취직은 어렵고, 취직한다고 해도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취집’을 고민하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취집은 결혼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굳이 취집이란 말을 사용하는 까닭은 결혼을 낭만적 연애의 결과가 아니라 직업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다는 뜻이다. 평생 먹고사는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하기 위해 아내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취집 역시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의 가족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와 저출산 문제 연구가인 시라카와 도코가 지난해 펴낸 <혼활시대>(婚活時代)는 시장근본주의에 따른 규제완화 열풍이 일본 열도를 휩쓴 1990년대 이래 일본에서는 취업 전선에서 격차가 확대된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에서도 양극화가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즉 원하면 결혼할 수 있는 사람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이 생겨났고, 취집 희망자들이 원하는 안락을 보장해줄 만한 경제력을 지닌 남성 수가 대폭 줄어 취집 역시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극적 구직 활동을 하듯이 적극적 결혼 활동을 하지 않으면 이른바 ‘결혼시장’에서조차 성공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근본주의 아래서 젊은이들, 그 가운데서도 여성의 삶은 이래저래 고단하기만 하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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