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1.11 18:53 수정 : 2009.11.11 18:53

여현호 논설위원

마을을 안고 크게 휘돌아가는 낙동강은 바위절벽 부용대에 부딪쳐 소(沼)를 이룬다. 산처럼 물도 태극을 이루며 굽이지는 즈음에 옥연(玉淵)이라는 소(沼)가 있었고, 그 옆 돌계단 끝에 서애 유성룡이 지은 옥연정사가 있다. 강 건너 하회마을에서 보면 부용대의 동쪽이다. 절벽의 서쪽에는 서애의 형 겸암 유운룡이 세운 겸암정사가 있다.

부용대 층길은 그 두 정자를 잇는 오솔길이다. 정으로 절벽을 쪼아낸 듯,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날 만한 난간 없는 벼랑길이 아슬아슬하다. 수북이 깔린 돌 부스러기나 낙엽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곧바로 20m 아래 강물로 떨어질 것 같다. 바위 사이로 몸을 굽히고 절벽의 키 작은 나무를 붙잡아가며 층길을 지나는 동안 낙동강의 일몰을 맞았다. 마을 앞 백사장이 물들기 시작하고, 만송정 솔밭은 한층 짙어졌다. 초가와 기와집이 순하게 어울린 마을 길도 가까워졌다. 금세라도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듯하다.

하회보는 바로 그곳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애초 정부의 4대강 사업 계획에는 절벽 밑에서 마을 앞 나루터까지 길이 300m, 높이 3m의 고무보를 설치해 물놀이장을 만들기로 돼 있었다. 그리됐으면 모래밭은 사라지고, 천연기념물인 소나무숲도 훼손됐을 것이다. 갇힌 물 때문에 습기에 약한 마을의 목조건물과 진흙 담벼락도 오래가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다행히 하회보는 백지화됐다. 바로 아래 광덕보도 계획에서 빠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댐과 다를 바 없는 보를 여럿 세우고 수백 리 강바닥을 파헤친다는 정부 계획은 그대로다. 그 공사가 그제 시작됐다. 수질 악화, 생태계 변화는 불 보듯 뻔하다. 사라질 절경과 훼손될 마을은 또 얼마나 될까.

옥연정사 서당채 마루를 감록헌(瞰綠軒)이라 부른다. 왕희지의 ‘우러러 푸른 하늘 바라보고, 아래로는 푸른 물굽이 내려다보네’에서 땄다. 그렇게 맑은 강물 볼 날은 또 얼마나 남았을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