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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9 18:38 수정 : 2009.11.19 18:38

신기섭 논설위원

한국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들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이폰’이라는 이동전화기가 있다.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애플이 2007년 6월에 처음 내놓은 이 전화기는 약 2년 만에 전세계에서 2100만대 이상 팔리면서 세계 통신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전화기는 현재 90곳 가까운 나라에서 팔리고 있지만, 한국에는 공식 판매를 둘러싼 소문과 추측만 무성하다. 소문과 추측이 본격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대략 지난해 6월부터이니, 1년 이상 말만 많았던 셈이다. 판매가 계속 늦어지자 언젠가부터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 전화기를 ‘담달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다음달에 나온다는 폰(전화기)’이라는 뜻인데, 추측과 소문이 번번이 빗나가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현상을 비꼬는 용어다.

‘담달폰’을 만든 주역은 단연 언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또는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으로 시작돼 “이르면 다음달께 시판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끝나는 기사들을 경쟁하듯 쏟아낸 탓이다. 이런 보도 경쟁이 극에 달한 올여름부터는 소문 퍼뜨리기에 가세하는 일반인도 자주 눈에 띄었다.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 트위터 등을 통해 “지인이 관련 업체에 있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나온답니다” 하는 식의 말들이 떠돌아다닌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소문을 그대로 베낀 듯한 기사가 등장하면서, 소문이 또다른 소문을 낳는 지경까지 갔다.

지난 1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의 한국지사에 위치정보사업 허가를 내줌으로써 아이폰 시판의 기술적 걸림돌이 사라지자, 많은 언론은 시판 날짜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여전히 “공식 발표가 없는 한 절대 믿지 말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담달폰은 한국 언론이 왜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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