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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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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에드워드 케네디 전 미국 상원의원의 아들인 패트릭 케네디 하원의원이 로드아일랜드 가톨릭 주교로부터 영성체 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짤막한 외신이 들어왔다. 흥미로운 것은 토머스 토빈 주교가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가톨릭 집안 출신인 케네디 의원에게 영성체를 금지한 이유였다. 토빈 주교는 케네디 의원의 낙태 옹호를 문제 삼았다. 케네디 의원은 미국 정가를 달구고 있는 의료보험법 개정과 관련해 가톨릭 주교들이 낙태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지 않으면 반대하겠다고 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에선 낙태문제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중요한 쟁점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진영은 자신의 신체와 출산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에 찬성하는 반면, 종교계를 위시한 보수진영은 태아 역시 생명이란 관점에서 반대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낙태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다. 법으로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거나, 혼인이 불가능한 친인척 간의 임신이거나 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 또는 임신 지속이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연간 35만건 이상의 불법낙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되지만, 재판에 회부되는 건수는 10건이 채 안 될 정도다. 1970~80년대 산아제한 정책 아래서 사실상 묵인 방조돼온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화두가 되면서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다. 낙태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등장하고,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낙태 금지가 검토되고 불법낙태 단속설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안일한 생각이다. 출산파업을 낳는 원인인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상황은 그대로 둔 채 기를 수도 없는 아이를 낳게 할 경우, 그 뒷감당을 하는 일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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