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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26 22:47 수정 : 2009.11.26 22:47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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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엊그제 발간된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서 “우리가 진짜 무너진 것, 노동의 유연성을,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 …”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몸 바쳐 추구했던 진보의 시대를 이끌어갈 노동자를 탐욕스런 자본의 처분에 내맡김으로써 진보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회한이 물씬 묻어난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아파했던 노동 유연화는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받아들인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김 전 대통령은 “모든 경제주체의 30%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남은 70%를 중심으로 이른 시일 안에 경제를 회복시킨 뒤 다시 30%를 되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가 몰락한다”고 노동계에 정리해고제 수용을 촉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리해고제가 도입됐지만 희생된 30%는 경제가 회복된 뒤에도 회생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진보의 중심축인 노동계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그에 따라 진보의 시대도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럼 노동 유연화 정책을 폐기하면 진보의 시대가 열릴까. 그와 관련해 두 전직 대통령은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노동의 유연화 등과 같이 … 정책 수준의 선택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일들에 관해서는 … 융통성 있는 태도로 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동 유연화와 노동기본권 확대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려면 동시에 노동자들의 권익도 확실하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로 교원노조·민노총 합법화,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 등 많은 노동기본권 확대 조처를 했다. 하지만 그 뒤 노동기본권은 점차 후퇴하고 노동 유연화는 급진전됐다. 그 결과 자본은 강화되고 노동은 무력화됨으로써 진보는 몰락했다. 노동 유연화와 관련해 진보가 나아갈 길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셈이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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