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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30 18:19 수정 : 2009.11.30 18:19

정남기 논설위원

<성경> 창세기를 보면 인간의 언어가 여러 가지로 나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이 노아의 홍수 이후 바빌론에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우려 했으나 하나님이 인간에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이를 막았다는 내용이다. 이 건축물이 바로 바벨(Babel)탑이다.

히브리어로 ‘신의 문’을 뜻하는 바벨탑은 전설로만 내려온다. 헤로도토스가 <역사>에서 기술한 기원전 6세기 유프라테스강 유역 고대 도시 바빌론의 에테메난키라는 지구라트(신전을 둘러싼 여러 층으로 된 탑)가 바벨탑으로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기록을 보면 탑은 구운 벽돌로 지어졌으며, 7단으로 높이 91m에 달했다. 당시 바빌론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세계 최대 도시였고, 공중정원까지 만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현대 들어서는 대공황 직전 미국 뉴욕의 초고층건물 열풍을 들 수 있다. 크라이슬러빌딩이 1930년 77층 319m 높이로 완공되자, 이듬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102층 381m로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1930년 3월 착공 뒤 불과 13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완공됐다. 이들뿐 아니다. 대공황을 앞두고 경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많은 고층건물들이 지어졌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크라이슬러빌딩도 1929년 대공황이 터지기 직전에 추진되기 시작해 대공황 한가운데서 완공됐다. 이 때문에 초고층건물은 완공과 동시에 거품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맞게 된다는 ‘마천루의 저주’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위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막의 신화를 창조했던 두바이가 내년 1월 높이 818m의 세계 최고층건물 버즈두바이 완공을 앞두고 사실상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했다. 과다한 차입과 해외투자로 쌓아올린 현대판 바벨탑이 사막의 신기루로 변하는 순간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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