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02 18:08
수정 : 2009.12.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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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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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수요와 공급 곡선으로 그려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경제주체의 하나인 사람들의 복잡한 심사 탓이다. 안에선 욕망, 시기심, 현시욕 같은 성분들이 변덕스럽게 뒤섞여 작동하고, 바깥바람도 많이 탄다. 악대 차가 요란스럽게 지나가면 단순히 “저게 뭘까” 하는 마음에 뒤따르기도 하고(밴드왜건 효과), “난 당신들과 지위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겠어”(베블런 효과) 하며 우쭐대기도 한다.
기업들은 그 빈틈을 잘도 파고든다. 자꾸 뭔가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근질근질하게 만든다. 미국을 보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미국 경제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동향이다.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소비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동향을 말할 때 연말이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두 날이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지난달 27일)과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다음주 월요일(지난달 30일)이다. 소비가 급증한다는 두 날은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두 날 모두 소비가 다른 날보다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름을 붙일 만큼 요란을 떨 일은 아니다. 해마다 1등은 크리스마스 전주 토요일이고, 두 날은 평균 4~5위권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로 정하고 운동을 펼치고 있는 테드 데이브는 “기업들의 사기성 호객행위는 언론에 반영되고, 안 사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낀 소비자들은 괜히 지갑을 연다”며 “전세계 20% 미만의 인구가 세계 자원의 80%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현실을 봐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2005년 탄생한 사이버먼데이는 미국소매협회에서 만든 말이다. 두바이 신화 붕괴도 김정일 사망설도 4대강 사업도 이제 주가 그래프로만 읽고 읽히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정신 차리고 볼 대목은 여전히 많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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