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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6 18:30 수정 : 2009.12.06 22:48

김종구 논설위원

수학 방정식에 미지수 엑스(x)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데카르트다. 당시 프랑스 인쇄소에는 사용 빈도가 낮은 알파벳인 x의 활자 여분이 많았는데, 이런 활자를 알뜰하게 사용한다는 차원에서 x가 미지수로 낙점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어쨌든 그때부터 엑스는 ‘미지의 무엇’을 나타내는 대명사가 됐다. 심지어 코카콜라 회사는 자신들이 비밀에 부치고 있는 원액 제조 방법을 ‘머천다이즈 세븐 엑스’라고 이름 붙여 마케팅에 활용한다.

엑스파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 엑스파일’, ‘안기부 엑스파일’ 등으로 종류가 다양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주로 외계생명체나 미확인비행물체(UFO) 등에 대한 비밀자료를 지칭한다.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유명한 드라마 <엑스파일> 때문임은 물론이다. 실제로 영국 국방부는 지난 10월 중순 4000쪽이 넘는 유에프오 관련 자료를 비밀에서 해제하는 등 최근 3년간 엑스파일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도 2007년 비슷한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첫날에만 22만명 이상이 인터넷 사이트에 한꺼번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엑스파일이라는 용어가 우리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경우로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 외무부 직원들의 비밀 인사카드를 꼽을 수 있다. 그 나라 외무부는 20년 전에도 이런 문건으로 말썽을 빚은 바 있는데, 이 자료에 엑스파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개인별 파일의 일련번호 첫 글자가 엑스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 대한 항소심 무죄선고를 계기로 한동안 잊혔던 안기부 엑스파일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법원은 검찰의 부실수사에 일침을 놓았지만,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검찰의 태도를 보면 ‘미지수 엑스’의 정답은 좀처럼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 같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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