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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9 18:31 수정 : 2009.12.09 18:31

오태규 논설위원





미국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아프팍’(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서 8년 이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만명 이상의 미군을 증파하기로 하면서 ‘제2의 베트남전’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프팍 전쟁의 뿌리를 더듬어 가다 보면, 아프간의 전략적 중요성과 만나게 된다. 아프간은 유라시아 대륙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고 주위에 풍부한 자원이 있기 때문에 항상 열강의 다툼 장이 돼 왔다. 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20세기 냉전 이후엔 미국과 소련이 이곳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1979년 소련이 침공해 괴뢰정권을 세우자, 미국은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반군세력에 막대한 군사원조를 하며 대리전쟁을 치렀다. 21세기 들어선 미국이 이곳을 차지하려고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강대국 간의 이런 다툼에서 최대 피해자는, 영국이 1893년 영령 인도와 아프간 사이에 멋대로 설정한 국경에 의해 양분된 파슈툰족이다. 영국은 당시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데만 힘을 기울인 나머지 파슈툰족이 분단되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국경선은 당시 영령 인도의 외무장관이었던 모티머 두란드의 이름을 따 ‘두란드 라인’이라고 불린다.

파슈툰족은 현재 아프간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종족이고, 파키스탄에서도 10% 정도를 차지하는 3번째 종족이다. 파슈툰족은 한때 반소련 무장 게릴라의 주축이었지만 지금은 아프팍에서 미국의 침공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탈레반 세력의 중심이다. 미국의 침공이 잠자던 파슈툰족의 민족통일운동에 기름을 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두란드 라인이 일찍이 오늘의 불안의 씨를 뿌려놓은 셈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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