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3 18:49
수정 : 2009.12.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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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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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으로부터 신종 플루 치료제를 지원받겠다고 했다. 남쪽의 제의에 신속하게 응답한 것을 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은 듯하다. 외국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북한도 이런 걸 보면, 세계적인 전염병에서 자유로운 지역이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건 전염병만은 아니다.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건강 관련 산업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의 하나다. 캐나다에서 나오는 유명 좌파 연간 학술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는 얼마 전 출간한 2010년호에서 자본의 논리 때문에 어떻게 건강이 위협받는지 분석하고 있다. 이 학술지는 건강과 자본의 논리를 서로 모순적인 것으로 본다. 건강과 건강관리는 그 자체로 유용한 것(사용가치)이지만, 이윤 측면에서 보면 도움이 안 된다. 이윤은 교환가치를 통해서 창출된다. 그래서 산업의 논리는 건강을 상품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의료의 민영화 따위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방식 그 자체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얼마 전 <미국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진화와 공중보건’(저자 길버트 오멘)이라는 논문은 현대의 많은 질병이 고대로부터 유전적으로 이어져온 인간의 생리와 현대 음식·문화·행동양식의 부조화에서 비롯된 걸로 본다. 신석기 시대에 등장한 음식 재료와 식품 가공 방식이 음식의 중요한 영양 특성 몇 가지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변화는 최근에도 있었다. 유가공품, 정제한 설탕, 정제한 식물성 기름, 포화지방산이 많은 육류 따위가 변화의 주역이다. 많은 현대 질병은 “우리의 오래된 게놈이 최근 등장한 식품의 영양적 특성과 충돌”한 결과라는 것이다.
둘 가운데 어떤 관점에서 보든, 인류가 진정 건강을 되찾으려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은 마찬가지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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