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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0 19:02 수정 : 2009.12.20 19:02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1990~91년 한국방송(KBS) 제2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야망의 세월’은 당시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의 성공 신화를 소재로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다. 한 대학 교정에는 드라마가 미화한 60~70년대가 재벌들에는 ‘야망의 세월’이었지만 민중에겐 ‘분노의 세월’이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그 뒤 ‘실망의 세월’ ‘노망의 세월’ ‘배신의 세월’ 등 ‘~세월’ 시리즈가 이어졌다.

지난 9월 야망의 세월과 관련한 기사가 갑자기 국내 언론을 장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둔 10월 초부터 베트남 하노이 제1텔레비전에서 매주 월~금요일 밤 11시부터 1시간씩 100회 분량의 ‘야망의 세월’을 방영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베트남 <노동신문>에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했고,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고 소개하는 기사가 비중 있게 실렸다.

그런데 지난 10월5일 방송을 시작한 야망의 세월은 8일 4회째를 방영한 뒤 갑자기 중단됐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0월 초 우리 정부가 내놓은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방영 중단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개정안에는 베트남전쟁 참전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베트남 정부가 이를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드라마에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도 방영 중단의 이유로 알려졌다.

야망의 세월은 당시 이명박 회장을 실패와 좌절을 모르는 기업인으로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그 뒤 그는 ‘야망의 세월 주인공’이란 이름으로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까지 됐다. 그런데 이런 그의 성공 신화를 베트남에 수출하려던 계획이 일단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의 야망의 세월은 결국 국내용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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