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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3 22:05 수정 : 2009.12.23 22:05

신기섭 논설위원





국제 뉴스에 등장하는 제3세계의 모습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기아, 쿠데타 따위로 얼룩진 ‘위험한 지역’으로 묘사되기 일쑤인데, 특히 아프리카가 그렇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건 세계 뉴스 유통을 서양 백인들이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한 고전적인 연구로는 노르웨이 학자들인 요한 갈퉁과 마리 홀름보에 루예의 1965년 논문 ‘외국 뉴스의 구조’를 꼽을 수 있다. 노르웨이 신문들의 콩고, 쿠바, 키프로스 위기 상황 보도를 분석한 이 논문은 언론의 뉴스 선택 과정에서 생기는 왜곡 때문에 약소국들은 보통 부정적으로 그려진다고 지적한다. 이는 노르웨이만이 아니라 서양 언론 전반의 문제다.

제3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퍼뜨리는 게 언론만은 아니다. 최근 번역 출판된 소말리아 여성운동가 와리스 디리의 책 <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아프리카를 돕자고 나서는 이들조차 왜곡된 인상을 강화시킨다고 고발한다. 모델로 유명해진 뒤 여성할례와 강제결혼에 반대하는 운동가로 변신한 디리는 1985년에 벌어졌던 ‘아프리카 돕기 콘서트’에 대해 이렇게 쓴다. “그것이 아프리카를 위해 좋은 일이 될 거라고 말하겠지요. 하지만 거기에 출연한 유명 스타들도 많은 이득을 볼 겁니다… 팝스타들과 정치가들이… ‘아프리카는 늘 도움이 필요한 대륙’이라는 사고방식을 고착화시켜 버립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힘겨운 환경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 생존하는 법을 알”았지만 지금은 그걸 잊어버렸다고 탄식한다.

“더 이상 쇼윈도에 전시된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얼굴”이 되고 싶지 않아 모델을 그만둔 디리는, 여성 인권 존중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프리카가 스스로 일어서자고 호소한다. 절규에 가까운 그의 이야기는 이제 원조를 하는 나라 대열에 들어선 한국에서도 귀담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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