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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30 18:44 수정 : 2009.12.30 18:44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 중 하나가 1928년 8월 베를린에서 처음 공연된 <서푼짜리 오페라>다. ‘서푼짜리’란 우리말은 ‘3그로셴’(Dreigroschen)이란 원작명의 번역인데, 옛 독일의 가장 작은 화폐단위인 그로셴을 우리나라의 최소 화폐단위인 푼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브레히트는 가난한 사람들도 싼값에 볼 수 있는 싸구려 오페라라는 뜻으로 3그로셴이란 표현을 썼다고 한다.

왜 하찮은 수량을 나타낼 때 두푼이나 너푼이 아니고 서푼으로 표현했는지는 명확지 않다. 하지만 아주 적고 하찮은 것을 나타낼 때 동서양이 모두 3이라는 숫자를 즐겨 썼다는 점은 흥미롭다. 중국에는 ‘서푼밖에 안 되는(볼품없는) 사람도 옷을 잘 입으면 돋보인다’(三分人材 七分打扮)는 말이 있다. 삼분(三分)에서 분(分)은 중국 화폐의 최소 단위인데 ‘펀’으로 읽힌다. 몇 푼 안 되는 돈 또는 보잘것없는 것이란 뜻의 ‘삼과양조’(三瓜兩棗)란 말도 자주 쓰인다. 우리 속담에도 ‘내 돈 서푼은 알고 남의 돈 칠푼은 모른다’, ‘내 돈 서푼이 남의 돈 사백냥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푼은 100분의 1냥(10분의 1전)으로 조선시대의 최소 화폐단위였다. 엽전 한 닢 할 때 ‘닢’과 같은 단위다.

며칠 전 서울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국민이) 대통령의 한마디를 서푼짜리 동전만도 못할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그런 세태가 됐다”고 꼬집었다. 비비케이(BBK) 사건, 도곡동 땅, 4대강 사업, 세종시, 대학 등록금 문제 등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말바꾸기가 상습화되다 보니 이제 국민이 대통령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지도층 비리 척결을 강조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재벌 총수를 특별사면하는 걸 보면 ‘서푼짜리 대통령’이란 대접도 과분한 것 같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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