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04 18:13
수정 : 2010.01.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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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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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빼놓고는 현대 생활을 상상하기 힘들다. 전기가 끊겼을 때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만 상상해봐도 쉽게 공감할 것이다.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서도 높아지는 듯했으나 이내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하게 되면서 원전 기술이 한국을 먹여살릴 것처럼 부각된 까닭이다. 이 와중에 원전 외엔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든다.
미국과 독일의 에너지 전문가인 에머리 로빈스와 페터 헤니케의 책 <미래의 에너지>는 원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원자력발전소는 건설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해 팔 수 있어야만 굴러간다. 그래서 두 저자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구조의 원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는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원전이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세계은행의 지적을 이렇게 인용한다. “핵발전은 비경제적인데… 투자 비용은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었으며 폐기물 처리와 폐쇄에 드는 비용 그리고 다른 환경 비용들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
이런 주장이 이상적으로만 들리면 2004년 참여연대가 진행한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합의회의’ 보고서를 보는 것도 괜찮다. 20~60대의 일반 시민 16명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균형 잡힌 정보를 갖게 된 뒤 합의한 것은, 당장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짓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게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이라는 점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이들 16명은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면 원전을 옹호하지 않게 된다는 걸 잘 보여준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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