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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10 18:35 수정 : 2010.01.10 18:35

여현호 논설위원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은 정직할진 몰라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항상 달콤하고 좋은 소식만 말하도록 하라. 나쁜 소식은 말로 할 게 아니라 느껴지도록 하면 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연인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의 결혼 소식을 전한 전령을 죽이겠다고 위협한 뒤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며 하는 말이다. 요즘 말로 하면 ‘심기 경호’를 하라는 말이겠다. 불편한 진실을 꺼리는 권력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그 폐단은 간단치 않다. 권력자가 불쾌한 소식을 무시하고 반대 목소리를 비난까지 하게 되면, 사람들은 입을 닫거나 아예 떠나버린다.

그런 예는 멀리 있지 않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백악관에선 정상적인 정책 검토나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웬만한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회의 전에 자신의 본능이나 육감, ‘테러와의 전쟁’ 따위 확신에 찬 믿음에 따라 결심을 굳히고, 회의에선 그 실행 방법만 찾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아미티지나 파월 같은 핵심 참모들 말로는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런 정책 심의 과정을 아예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서 2003년 무렵부터는 자신들의 도움이 대통령한테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전문가들이 정부를 떠나기 시작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게 된 것도 이렇게 ‘아니오’라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의연하고 당당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지역과 야당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 내의 반대조차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쯤 되면 세종시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정세 분석과 직언이 나옴 직한데도, 대통령 주변에선 ‘아니오’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전령’들이 다 죽은 것일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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