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11 18:04
수정 : 2010.01.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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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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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언론계 종사자 가운데 사망자가 기록적으로 많은 해였다. 국제기자연맹 집계로는 137명, 국경없는기자회 추산으로는 76명이 숨졌다. 숫자에 차이가 나는 것은 국제기자연맹이 기자는 물론 통역요원 등까지 집계 대상에 넣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언론인 수가 줄었는데도 이처럼 사망자가 많은 것은 지난해 11월23일 필리핀 마긴다나오주에서 일어난 최악의 정치테러 사건 때문이다.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야당 쪽 일행 57명이 납치 살해된 이 사건에는 취재를 하던 현지 언론인이 30여명이나 포함됐다. 이 사건은 지역 토호세력인 암파투안 가문의 소행으로 밝혀졌으며, 현재 안달 암파투안 2세가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 결과 그가 현장에서 발포명령을 내린 사실 등이 드러났는데도 계속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 유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언론탄압국가로 떠오른 나라는 이란이다. 언론인 투옥, 언론사 압수수색 등이 잇따르면서 ‘세계 최대의 언론인 교도소’라는 혹평까지 받고 있다. 현재 터키에는 본국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이란인이 최소한 2000명에 이르는데 그중에는 기자·사진작가·블로거 등도 대거 포함돼 있다. 그런데 최근 이란 정보기관은 터키까지 요원들을 파견해 망명 언론인들의 신변을 위협해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새해 벽두부터 방송사들의 보복인사가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한국방송>과 <와이티엔>은 ‘낙하산 사장 반대’나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기자들을 대거 지역 등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정도의 차이야 있지만 온갖 무리수와 편법을 동원해놓고도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뻔뻔스러움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들을 악착같이 쫓아가 보복하는 방식에서 필리핀이나 이란의 경우가 딱히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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