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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18 18:30 수정 : 2010.01.18 18:30

권태선 논설위원

고령화사회가 진전되고 특히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고령자의 퇴직 이후 삶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오십대의 은퇴자를 지칭하는 사오정이란 말이 옛이야기가 될 정도로 조기퇴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평균 퇴직연령이 과거에 비해 10년 가까이 당겨졌지만 기대수명은 10년 이상이나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간 30대에 겨우 취업해 20년 정도 일하고 나머지 40년을 무직으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세상이 된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은퇴 뒤 생계 대책이 막막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용돈 수준에 불과해 일을 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지만 은퇴자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를 ‘인류학적 위기’라고까지 이른다.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되면서 정년 연장이 공론화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정년을 연장하기로 한 기업들도 하나둘 나온다. 하지만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실업자들은 이런 움직임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으로 우려한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이 불거질 위기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가 2007년부터 제도화한 세대간 연대협정을 참고할 만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각 기업에 55살에 이른 정규직 노동자와 계약을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그렇게 해서 줄인 노동시간을 청년실업자를 채용해 채우도록 유도했다. 정부는 파트타임 전환 노동자의 줄어든 임금을 보전해주고, 사용자에겐 사회보장 갹출금의 50%를 면제해준다. 나이 든 이들은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여가를 즐기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기업은 부담이 줄어드니 일석삼조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을 세대간 연대로 풀어낸 이 제도는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도 도입하는 등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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