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02 18:20
수정 : 2010.02.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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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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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가 새끼 호랑이 두 마리를 구청에서 전시하다가 동물 학대라는 비판 때문에 최근 전시를 중단했다. 새끼 호랑이를 작은 아크릴상자에 넣어 전시한 건 개탄스럽지만, 전시를 중단한 것은 그나마 진전된 모습이다. 사실 동물의 권리가 상식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구촌의 많은 동물보호운동가들이 동물 학대를 고발하지만,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고 심한 경우 공격을 받기도 한다.
<동물 해방>이라는 책을 쓴 세계적인 윤리학자 피터 싱어조차 한때 공격을 받았다. 그는 기형 상태로 태어난 영아의 안락사를 옹호했다가, 1990년대 초 독일어권에서 나치와 다름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와중에 그의 동물옹호론도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으로 매도됐다. 이런 매도는 오해 탓이지만, 전적으로 오해는 아닐지도 모른다. 동물을 사람처럼 대접하자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사람이 동물보다 나을 게 없다는 소리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인간 중심 사고가 워낙 뿌리 깊기에 이런 주장에 대한 거부감은 아주 크다. 하지만 이런 시각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이익을 위해 끔찍하게 착취당하는 동물들에게 동정심을 발휘하고 동물의 상황을 개선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2005년 미국에서 나온 <어슬링스>(Earthlings, ‘지구생명체’라는 뜻)라는 다큐멘터리는 동물이 얼마나 심하게 인간들에게 학대당하는지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숀 몬슨이라는 감독이 6년 동안 몰래 찍은 동물 학대 장면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 누리집(www.earthlings.com)에 가면 지금도 누구든 볼 수 있고, 한글 자막이 달린 영상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물옹호론에 찬성하지 않는 이들도 꼭 한번 볼 만한 영화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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