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08 18:12
수정 : 2010.02.0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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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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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급발진에 대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벌인 것은 1980년대다. 아우디5000 승용차의 급발진 사고가 큰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조사 결론은 차량 결함이 아니라 운전자의 실수 가능성이 크다는 쪽이었다. 이 사태를 계기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을 경우 자동변속기어를 P(주차)에서 D(운행)나 R(후진)로 이동할 수 없는 이른바 시프트록(shift-lock) 시스템이 도입됐으나,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국이 1989년에 펴낸 <급발진 보고서>를 보면, 급발진은 ‘정지 상태나 운전 초기 저속상태에서 브레이크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동반한 의도하지 않은 강력한 가속’으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이런 개념 규정부터가 급발진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준다고 미국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차가 정상적인 속도로 운행하는 도중에도 사고가 일어나는 등의 실제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도로교통안전국 내 결함조사실(ODI)이 애초부터 급발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한다. 또 레이건 행정부 이후 공무원 사회와 자동차업계 쪽의 인적 교류가 활발한 것도 당국이 업계 편을 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급발진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몇개의 로또복권이 동시에 당첨될 정도로 드문 경우”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최근 판례를 보면 미국 법원은 소비자 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흐름이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2003년 미주리 법원이 제너럴모터스에 대해 급발진 사고 부상자와 가족에게 8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 등은 좋은 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숱하게 발생한 급발진 사고의 처리 결과를 뒤돌아보게 하는 요즘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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