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11 18:13
수정 : 2010.02.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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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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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검색 사이트 ‘미디어가온’을 검색하면 정운찬 총리에 관한 <한겨레> 기사는 지난해 9월 총리 내정 뒤 2월11일 오전까지 모두 417건 올라 있다. 그중 세종시 관련이 55%인 230건이다. 여기서 국회 인준청문회 관련 기사까지 빼면 ‘일반 기사’는 고작 112건이다. 같은 기간 전체 중앙일간지의 정 총리 기사 4113건 가운데서도 60%인 2477건이 세종시 관련이었다.
세종시·청문회와 무관한 정 총리 관련 한겨레 기사 112건 가운데서도 다른 주제의 기사 속에 그의 이름이 가볍게 언급된 게 27건이다. 청문회에서 문제된 개인 의혹 관련 속보가 16건이었고, 총리가 주재자일 뿐인 각종 회의나 행사 참석 기사가 19건이었다. 그나마 그의 말이나 동정이 한두 문장이라도 비중 있게 실린 것은 32건이었고, 정 총리만 다룬 일반 기사는 고작 18건이었다. 대부분 총리 취임 직후의 정치적 전망을 다룬 기사거나 실수담이다.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 외의 정책 문제를 언급한 것은 취임 초 한두 건뿐이다. 이러니 ‘행정 각부를 통할’(헌법 제86조)하고 국정 현안을 챙기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세종시 문제만 챙기는 ‘특임총리’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따지자면 이는 대통령의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 한승수 총리에게도 자원외교라는 ‘특임’을 맡겼다. 그러더니 정작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계약의 막판엔 자신이 나섰고, 세종시 문제를 놓고서도 이젠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특임총리까지 머쓱하게 만드는 꼴이다.
조선 중기의 이언적은 중종에게 올린 상소 ‘일강십목소’에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열 가지 원칙으로 ‘사람을 쓰고 버리는 것을 삼가야 한다’(愼用舍)고 말했다. 인재를 가볍게 여기는 대통령도 문제지만, 제 몫을 할 수 없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모습 또한 딱하기 그지없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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