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15 17:49
수정 : 2010.02.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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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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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원료 사탕수수는 기원전 8000년 서태평양 뉴기니에서 처음 재배됐다. 기원전 6000년 인도로 전파됐고, 기원전 400년에는 결정 형태의 설탕이 등장한다. 당시 인도를 방문한 그리스인 메가스테네스는 설탕을 ‘돌꿀’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설탕은 페르시아를 거쳐 기원 8세기 마호메트의 정복전쟁으로 아랍 전역과 유럽으로 퍼져갔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은 설탕을 구경할 수 없었다. 왕실이나 귀족들만 이용하는 향신료이자 의약품이었다. 몇몇 유럽 왕실은 중요한 행사 때 설탕전문 요리사를 동원해 성당·마차 같은 화려한 설탕조각을 만들어 전시했다. 물론 값은 엄청났다. 영국에선 설탕 4파운드(1.8㎏)가 송아지 한마리 값이었다.
설탕의 대중화는 16세기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노예노동을 이용한 대량생산이 이뤄지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일반 식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18세기 들어서야 가능했다. 일반인에게 설탕의 역사는 200여년에 불과한 셈이다.
작황 부진과 수요 증가로 국제 원당가격이 급등세다. 지난주엔 파운드당 27센트를 넘어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해 두배 이상 올랐으니 국내 설탕값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물가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설탕이 식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내 가구당 설탕 소비량은 연간 22㎏, 가격으로 3만원 안팎이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가공식품 업체들이다. 빵·과자 등의 원재료값에서 설탕과 액상과당의 비중은 3~10%다. 설탕값을 10% 올리면 0.3~1%가량 원가가 오른다. 그러나 가공식품 업체들은 설탕이나 밀가루값을 핑계로 제품값을 한번에 20~30%씩 올린다. 가격구조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재료값이 올랐다는 말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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