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22 18:08
수정 : 2010.02.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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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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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8월18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앨런 덜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막 독립한 콩고의 총리 파트리스 루뭄바의 성향이 의심스럽다고 보고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덜레스를 쳐다보며 “루뭄바를 제거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15초 정도 침묵이 흐른 뒤 회의는 계속됐다. 며칠 뒤 국장 명의의 전문이 콩고 현지로 보내졌다. “고위층의 결론은 분명하다. …그를 제거하는 것을 긴박하고도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어 중앙정보국 소속 화학자가 독극물이 든 유리병과 주사기를 들고 현지 정보요원을 찾아왔다. 루뭄바 살해 명령과 함께였다. 명령은 누가 내렸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이란 답이 돌아왔다. 암살은 현지 요원의 거부로 무산됐다. 하지만 미국은 그해 조세프 모부투에게 25만달러와 무기를 제공해 쿠데타를 유도했고, 루뭄바는 그 와중에 처형됐다. 1998년에야 비밀등급 해제로 일반에 공개된, 1975년 상원 비공개 청문회의 증언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암살단을 운영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1972년 뮌헨올림픽 때 ‘검은9월단’의 테러로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 암살작전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주도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기 참가했던 에후드 바라크는 지금 국방장관이다. 아랍 인사들의 암살사건이 터질 때마다 모사드는 배후로 지목된다. 지난달 19일 두바이에서 발생한 하마스 핵심 간부 암살사건도 “모사드가 배후일 가능성이 99%”라고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초 모사드 본부에서 암살 계획을 보고받고 암살팀을 격려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정보기관이 아니라 테러단이다.
정치인에 대한 뒷조사나 압박도 정치적 거세를 노린다는 점에선 암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한나라당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누가 배후인가.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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