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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28 18:11 수정 : 2010.02.28 18:12

박창식 논설위원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1962년 합리적이며 비판적인 여론 형성 공간으로서의 ‘공론장’ 개념을 제시했다. 서른살 무렵 교수 자격 논문으로 쓴 <공론장의 구조 변동>을 통해서였는데, 그의 개념은 언론 문제를 논의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그는 1680~1730년 영국에서 커피하우스가 번창해 부르주아들이 하루에 몇차례씩 드나들었던 사실에 주목했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가정집에 자리잡은 살롱이 커피하우스와 비슷한 회합공간 구실을 했다. 시민들은 이곳에 모여 처음에는 문예물을 비평하다가 점차 정치적 토론을 활발히 벌여나가게 된다. 커피하우스와 살롱은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논쟁을 벌인 공간이었으며, 봉건적 국가의 지배에 대항해 자유를 쟁취하는 해방의 장소였다. 이곳에서 오간 의견들이 팸플릿 신문에 실리면서 그 의견은 여론이며 일반의지가 됐다. 신문의 탄생 과정에 대한 설명이기도 한데, 어쨌든 초기 신문은 합리적·비판적 논의가 자리잡는 공론장 구실을 톡톡히 했다.

하버마스는 초기 신문이 합리적 공론장 구실을 한 반면에, 현대 대중매체가 상업화와 국가권력 개입 등의 요인 때문에 본연의 구실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미디어가 선전, 오락, 홍보활동에 치중하면서 시민들의 비판적·합리적 토론을 방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봉건시대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재봉건화’라고 불렀다.

지방 방문에 나선 대통령한테 지방 방송사 사장의 직분과 동떨어진 지역 현안 업무보고를 할 정도로 친정부 색채가 짙은 인사가 엊그제 <문화방송>의 새 사장으로 임명됐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의 개입을 줄이고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만들었던 방송문화진흥회의 취지는 무력화됐다. 하버마스의 개념을 빌리면, 문화방송은 국가권력이 좌지우지하는 봉건의 시대로 되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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