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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1 17:54 수정 : 2010.03.01 17:54

정남기 논설위원





고정환율제의 폐단은 금본위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925년 전쟁으로 취약해진 경제상황에서 금본위제로 복귀한 영국은 고평가된 파운드 덕분에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면서 국부(금)가 계속 빠져나가는 상황에 직면했다. 화폐가치가 금에 고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금리를 올렸으나 이게 다시 산업에 치명타를 가했다. 견디다 못한 영국은 1931년 금본위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유로’가 지목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끼리 유로라는 단일 화폐를 쓴다는 것은 역내에서 고정환율제를 운용하는 것과 같다. 단일 화폐를 쓰는 탓에 금리도 마음대로 운용하지 못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결정한다. 금리, 환율, 재정 정책 가운데 두 가지 결정권을 뺏기는 셈이다. 문제는 경제가 취약한 그리스가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화폐를 쓴다는 사실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화폐 가치를 고평가시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동반하게 된다. 실제로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이후 산업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2.3%에서 8%대로 급증했다.

물론 유로 사용을 포기하고 독자 화폐를 사용하면 된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외환위기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는 유로라는 기축통화를 사용함으로써 외환위기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는 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뿐 아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똑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유로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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