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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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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칠레 강진이 일으킨 지진해일(쓰나미)로 바닷가 마을 사람들에 희생이 집중되며, 쓰나미 예측을 못한 칠레 정부에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일본은 과도한 쓰나미 경보로 기상청이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했다. 쓰나미 ‘오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어 쓰나미(津波) 자체가, 바다에 나간 배들은 잘 느끼지 못하는 지진해일이 항구(津)에는 큰 피해를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지 않은가. 이 말이 처음 등장한 문헌으로 알려진 <준부기>(駿府記)는, 1611년 이와테현 산리쿠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을 전하며 “크게 파도가 몰려와 익사자 5000명. 사람들이 쓰나미라 한다”고 썼다. 19세기 말 서구인이 쓴 일본 소개서에 처음 등장한 영어 Tsunami는 1946년 알류샨열도 지진과 1964년 알래스카 지진을 거치며 학술용어로 자리잡았다. ‘밀물 뒤에 쓰나미가 온다’ ‘날이 맑으면 쓰나미는 오지 않는다’ 등 민간에 전해지는 말들을 믿고 피해를 본 사례가 당시까진 상당했다. 2004년 수마트라섬 강진 이후 전세계 쓰나미 경보는 강화됐다. 한국·일본 등 26개국과 연계돼 있는 미국의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심해에 설치한 계측기를 갑절로 늘렸다. 하지만 이 계측기들은 남미보다는 미국 서해안이나 하와이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알래스카 주변에 몰려 있다. 현재 시스템은 쓰나미 속도와 간격의 편차나, 주변 환경에 따른 분산 정도 등도 계산에 포함하지 못한다. 개선에는 거액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컴퓨터 모델의 신뢰도에 의문을 품는 일반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적절한’ 예산 수위를 찾기란 쉽지 않다. 쓰나미는 아니지만, 30년래 최대 혹한으로 오보 논란에 휩싸였던 영국 기상청은 지난 5일 ‘계절 예보’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확보에 수백억원을 사용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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